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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체 대상 임상서 효능 입증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에 대유행하면서 매년 찾아오는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코로나처럼 치명적인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와 독감이 같이 퍼지는 트윈데믹(twindemic·동시 대유행)까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파워볼게임

머지않아 최소한 독감에 대한 걱정은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모든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범용 백신이 개발돼 처음으로 인체 대상 임상 시험에서 효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이론상 한 번 범용 독감 백신을 맞으면 면역력이 몇 년씩 지속된다. 백신 접종 횟수가 크게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대의 플로리언 크레이머 교수 연구진은 지난 7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모든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범용 백신을 개발해 임상 1상 시험에서 기존 독감보다 부작용이 적고 강력한 면역반응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파워볼엔트리

◇변이 많은 돌기 머리 대신 줄기 공략

연구진은 51명에게 범용 백신을 주사해 1명을 제외하고는 부작용 사례가 없었다고 밝혔다.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은 가짜 약을 주사한 15명보다 훨씬 많은 항체가 생성됐다. 면역반응이 유도된 것이다.

임상 1상 시험은 안전성만 시험한다. 하지만 연구진은 별도의 동물실험으로 효능도 확인했다. 백신을 맞고 생성된 항체를 생쥐에게 투여하고 일부러 독감 바이러스에 노출시켰다. 항체를 투여한 생쥐는 다른 생쥐보다 체중 감소가 덜 나타나 독감에 대한 면역력이 형성됐음을 입증했다.

크레이머 교수는 “모든 종류의 계절 독감에 대비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해 인체에서 시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임상 2, 3상에서도 백신의 효능이 계속 확인되면 매년 독감 백신을 맞지 않고 몇 년에 한 번만 맞아도 된다”고 밝혔다.

백신은 독성을 없앤 바이러스를 인체에 주사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원리다. 바이러스를 한 번 경험한 인체는 실제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바로 면역 단백질인 항체를 분비해 감싸 버린다. 항체가 결합한 바이러스는 다른 세포에 감염되지 못하고 다른 면역세포의 공격을 받는다.

독감 백신 접종으로 생산되는 항체는 독감 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돌기인 헤마글루티닌에 결합한다. 헤마글루티닌은 인체 세포에 결합해 바이러스의 침투를 돕는다. 항체가 여기에 결합하면 세포 침투가 차단된다.

◇조류와 인간 바이러스 섞은 키메라 백신

백신이 유도하는 항체는 주로 헤마글루티닌에서 버섯처럼 두드러진 머리 부분에 결합한다. 문제는 돌기의 머리 부분이 돌연변이로 인해 해마다 달라진다는 점이다. 매년 새로 백신을 개발해 접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작년 접종한 독감 백신은 올해 독감 바이러스에는 효과가 없다.

크레이머 교수 연구진이 개발한 범용 백신은 헤마글루티닌 돌기에서 머리 대신 그 아래 줄기에 달라붙는 항체를 생산하도록 유도한다. 줄기는 머리보다 돌연변이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종류가 다른 독감 바이러스라도 헤마글루티닌의 줄기는 거의 같다. 따라서 줄기에 달라붙는 항체는 모든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셈이다.

밴더빌트 의대 백신연구소장인 제임스 크로 교수는 사이언스지 인터뷰에서 “독감 바이러스의 돌기 줄기 부분에 대한 항체가 모든 종류의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는 가설을 시험한 엄청난 결과이자 범용 백신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범용 백신은 그동안 많은 연구자가 도전했지만 개발이 쉽지 않았다. 인체가 헤마글루티닌의 머리 부분에 대해 강력한 면역반응을 보여 줄기에 대한 면역반응이 희석됐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른바 ‘키메라 백신’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신화에 나오는 키메라가 여러 동물의 몸이 섞인 것처럼 각기 다른 바이러스의 돌기를 섞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돌기의 머리 부분은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에서, 줄기는 사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서 각각 가져와 둘을 합쳤다. 이를 인체에 주사하면 항체가 머리 부분에는 별로 달라붙지 않고 줄기에만 몰린다. 크레이머 교수는 “인체는 낯선 조류 독감 바이러스의 돌기 머리 부분은 지나치고 익숙한 사람 독감 바이러스의 돌기 줄기에 대해서만 강력한 면역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낙타과 라마의 항체도 범용 백신 후보

안데스산맥에 사는 낙타과 동물인 라마도 범용 독감 백신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백신은 인체가 스스로 병원체에 대항할 항체를 생성하도록 유도한다. 만약 인체가 스스로 항체를 만들지 못하면 세포 배양으로 대량생산한 항체를 주입해 인위적으로 면역력을 제공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최근 라마의 항체가 범용 독감 백신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라마의 항체는 크기가 인간 항체의 4분의 1에 불과해 나노 항체로 불린다. 크기가 작은 만큼 주사 대신 바로 호흡기로 흡입할 수 있다. 호흡기 질환 치료에 안성맞춤인 것이다. 유사시 병원에 가지 않고도 환자가 직접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의 이언 윌슨 박사 연구진은 지난 2018년 사이언스지에 라마의 나노 항체 4종류를 하나로 묶어 생쥐에게 주사했더니 사람을 공격하는 A형과 B형 독감 바이러스 60가지를 모두 막아냈다고 발표했다.

사람 항체는 원래 헤마글루티닌의 머리에 주로 달라붙지만, 덩치도 커서 돌기 줄기까지 잘 들어가지 못한다. 연구진은 대신 크기가 훨씬 작은 라마의 항체로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즉 마운트 시나이 의대 연구진이 생물학적 방법으로 범용 백신을 구현했다면, 스크립스 연구진은 물리적 방법을 택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라마의 소형 항체로 코로나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머지않아 모든 독감 바이러스는 물론이고,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듣는 명실상부한 범용 백신, 항체 치료제가 등장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성여씨 재심서 무죄.. 법원도 “잘못된 판결 사과”

17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윤성여(53·가운데)씨가 지인들의 축하를 받으며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7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윤성여(53·가운데)씨가 지인들의 축하를 받으며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춘재 연쇄 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누명을 쓰고 2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53)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988년 8차 사건이 발생한 지 32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지 30년 만이다. 윤씨는 지난해 이춘재(57)가 “1986~1991년 화성·수원·청주 일대에서 발생한 미제 살인 사건 14건의 범인”이라고 자백하자 재심을 청구했다.동행복권파워볼

수원지법 형사 12부(박정제 부장판사)는 17일 “피고인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경찰 자백과 진술은 불법 체포·감금 상태에서 가혹 행위로 얻어져 임의성이 없고 적법 절차에 따라 작성되지 않아 증거 능력이 없다”며 “피고인의 자백과 법정 진술은 다른 증거들과 모순·저촉되고 신빙성이 없는 반면, 이춘재의 자백 진술은 내용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들과도 부합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무죄를 선고하면서 “잘못된 판결로 20년 동안 옥고를 치르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큰 고통을 겪었을 피고인에게 법원이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사법부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 선고공판에서  윤성여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박준영 변호사 등의 축하를 받고 있다. /신문공동취재단
17일 오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 선고공판에서 윤성여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박준영 변호사 등의 축하를 받고 있다. /신문공동취재단

무죄 선고 뒤 윤씨는 “앞으로 나 같은 사람이 안 나오기를,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소감을 밝혔다.

경찰청은 윤씨의 무죄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무고한 청년에게 살인범이라는 낙인을 찍어 20년간의 옥살이를 겪게 하여 큰 상처를 드린 점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검찰도 지난달 19일 결심 공판에서 윤씨에게 무죄를 구형하고, “수사의 최종 책임자로서 20년이라는 오랜 시간 수감 생활을 하게 한 점에 대해 피고인과 가족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윤씨의 변호인은 “무죄 판결에 그치지 않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경찰관들이 자행한 구체적인 불법행위의 진실 규명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씨는 최근 본지 인터뷰 등에서 배상금과 관련해 “100억원을, 1000억원을 준다 한들 내 인생과 바꿀 수 있겠나. 당신한테 ’20억 줄 테니 감옥에서 20년 살아라’ 하면 살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너 거기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문 안열어 XX”

이별을 통보한 다음날 밤, 전 남친이 찾아왔다. 내 이름을 부르며 초인종을 눌렀지만 더이상 그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 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욕설과 함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너 안에 있는 거 다 안다”며 문고리도 강하게 돌렸다. 도어락 비밀번호도 내 생일, 내 전화번호 등을 눌러보며 문을 열려고 했다.

A씨는 너무 무서워 손이 떨려 경찰에 신고할 엄두도 못냈다. ‘공포의 4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는 사라졌다. A씨는 트라우마로 한동안 하루에 2시간 밖에 못자 정신과 진료를 받기도 했다. 이때 처방받은 수면제를 현재도 복용하고 있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A씨(27)의 이야기다. 그의 전남친 B씨(25)가 사라진 후 그제서야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B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이 여성인 피해자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주거침입 범위를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봤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거주자의 평온을 방해한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며 항고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일 오후 7시쯤 B씨(25)는 그 전날 이별을 통보한 A씨 집에 찾아갔다. 지인을 통해 A씨가 집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초인종을 눌렀다.A씨는 처음엔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B씨가 “집에 있는 거 다 알고 왔다”며 소리를 지르고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비밀번호가 계속 틀리자 문고리를 잡아당기며 A씨 집에 들어가려 했다. 이런 B씨 행동은 4시간 가량 A씨 집의 문고리가 휘어질때까지 이어졌다.
경찰은 기소의견 송치했지만…검찰은 집 안에는 못들어갔다며 ‘기소유예’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서울 관악경찰서는 B씨에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해 서울중앙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기소유예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A씨가 중앙지검으로부터 받은 불기소 이유서에 따르면 검찰은 B씨의 주거침입 피의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B씨가 직접 주거지로 들어가지 못했던 점, 잘못을 시인하며 반성하는 태도와 초범이라는 사실을 정상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B씨는 빌려준 노트북을 받으러 A씨 집에 방문했다는 취지로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어락 비밀번호 역시 1111, 0000 등 연속된 번호를 집안에 있는 A씨가 들으라고 누른 것 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집 앞 CCTV를 보면 핸드폰으로 플래시를 켜 도어락을 비추면서 신중히 누르는 B씨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며 “단순히 반복된 숫자를 빠르게 누르는게 아니라 비밀번호를 찾아 집으로 들어가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어 “만약 같은 번호를 누른거라면 빠른 속도로 도어락 버튼을 누르는 소리가 들려야 했지만 소리는 굉장히 느리게 났다”고 했다.
주거지 안에 들어가지 못해도 벌금형 나온 판례도 있어…”주거침입죄 양형기준 마련해야”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의 일부 출입구가 폐쇄돼 있다.  이날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공무직 환경관리원 A씨가 이날 오전 코로나19 반응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아 밀접 접촉한 공무직 환경 관리원 22명을 조기 퇴근시켰으며, 청사 전체 소독 및 방역 작업을 실시했고 법원 일부를 폐쇄조치 했다. 2020.7.23/뉴스1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의 일부 출입구가 폐쇄돼 있다. 이날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공무직 환경관리원 A씨가 이날 오전 코로나19 반응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아 밀접 접촉한 공무직 환경 관리원 22명을 조기 퇴근시켰으며, 청사 전체 소독 및 방역 작업을 실시했고 법원 일부를 폐쇄조치 했다. 2020.7.23/뉴스1

검찰이 실제 주거지 안에 들어서지 못한 점을 불기소 사유로 본 것은 당시 피해자가 느낀 공포, 처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거침입죄는 반드시 실제 집에 침입을 해야만 성립되는 죄가 아니고 주거하는 사람의 ‘평온’을 깨뜨리는 모든 행위에 혐의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벌금형으로 이어진 판례도 있다.

지난달 9일 서울동부지법 형사11단독 박정길 판사는 내연녀 정모씨(55)의 집에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주먹으로 두드린 이모씨(27)에 ‘주거침입죄’를 적용해 벌금형 70만원을 선고했다.

이씨와 정씨는 지난해 11월부터 같은 음식점에서 일하다 내연 관계를 맺었다. 하지만 올해 7월 직원끼리 회식 도중 이씨가 관계를 폭로하자 정씨는 이씨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이씨는 회식이 끝난 다음날 새벽 정씨가 전화를 받지 않자 수차례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주먹으로 강하게 쳤다.

재판부는 “정씨의 경찰 진술조서와 CCTV 영상 등을 종합해볼때 이씨가 정씨의 주거에 무단으로 침입한 게 인정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주거침입죄의 양형기준이 아직도 마련돼있지 않고 기존 판례들을 참고하는 수준에 그쳐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명분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찬성 변호사(포항공대 자문위원)는 “주거침입은 일정한 기준 없이 사정당국의 ‘판단’에만 기소여부가 결정되는 맹점이 있다”며 “최소한의 양형기준이라도 있으면 기소유예, 불기소 처분이 쉽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하원 임기 만료되면 자동폐기..상임위 정식 안건으로도 못 다뤄져
신속 처리된 한미동맹 결의안과 대비..종전선언 공감대 부족이 원인 지적
새 하원서 다시 발의 전망..”영향력있는 중도·중진의원 공동 발의 필요” 의견도

미 하원, 종전선언 결의안 자동폐기 운명 [제작 정연주, 최자윤] 사진합성, 일러스트
미 하원, 종전선언 결의안 자동폐기 운명 [제작 정연주, 최자윤] 사진합성, 일러스트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 하원에 발의된 한국전 종전선언 결의안이 하원의 임기 종료로 결국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일 선거에서 선출된 하원 의원들이 다음달 3일 임기를 시작하며 새 의회가 출범하면 이전 회기의 법안이나 결의안은 빛을 보지 못한 채 자동으로 폐기되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종식과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이 결의안은 지난해 2월 2차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직전 로 카나 민주당 하원의원이 발의했다.

결의안에는 한반도의 최종적인 평화 정착 달성을 위한 분명한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미 행정부에 촉구하는 내용과, 당사자 간 상호적 조치와 신뢰구축 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종전선언을 한다고 해서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하거나 북한을 합법적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결의안에는 52명이 서명해 통과 기대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차기 하원 외교위원장에 선출된 그레고리 믹스 의원을 포함해 주디 추 아시아태평양 코커스(CAPAC) 의장, 제리 내들러 법사위원장 등 중량감 있는 의원들도 동참했다.

종전선언 결의안 대표 발의한 로 카나 하원 의원 [AFP=연합뉴스]
종전선언 결의안 대표 발의한 로 카나 하원 의원 [AFP=연합뉴스]

그러나 이 결의안은 하원 본회의 문턱은 커녕 외교위의 정식 안건으로도 채택되지 못한 채 사장될 운명에 처했다.

무엇보다 종전선언에 대한 미 의회의 공감대 부족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 북한 비핵화에 실질적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비핵화 입구로서 종전선언에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했지만 미 행정부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과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올해 한국전 발발 70주년을 맞아 하원에서 처리된 한미동맹 결의안 2건이 종전선언 결의안보다 1년 이상 늦은 지난 6월 발의됐음에도 지난달 하원을 무난히 통과한 것과 대비된다. 두 결의안에 서명한 의원은 각각 33명, 6명으로 종전선언 결의안보다 적었다.

미 의회가 한미동맹에 대해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동의를 표시하는데 적극적인 반면 종전선언의 경우 아직은 저변에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종전선언 결의안에 서명한 의원은 민주당 소속이 51명이지만 공화당 소속은 앤디 빅스 의원 1명에 그쳐 초당적 인식을 가진 사안이었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한미동맹 결의안 주도한 아미 베라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미동맹 결의안 주도한 아미 베라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종전선언 결의안을 발의한 카나 의원이 강한 진보 성향인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그는 의회 내 진보의 대명사로 불리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매우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진보 진영의 대표적 인사로 분류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의회 다수를 차지하는 중도, 보수 성향 의원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는 약점으로 작용했다는 시각이 있다.

일례로 한미동맹 결의안을 발의했던 아미 베라 민주당 의원은 외교위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동아시아태평양소위의 위원장을, 테드 요호 공화당 의원은 공화당 간사를 맡아 대표성이 있는 인물로 통한다.

또 다른 한미동맹 결의안을 발의한 톰 스워지 민주당 하원 의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으로 불린다.

종전선언 결의안은 새 의회가 출범하면 다시 한번 발의될 전망이다. 카나 의원은 다음 회기 때 신속하게 재발의하겠다는 입장을 주변에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발의될 결의안의 운명은 향후 북미 관계 변화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이나 남북관계 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미 의회에서 결의안 논의가 탄력을 받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 때문이다.

특히 새 의회 출범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임기 초반과 맞물린 상황을 고려하면 북한이 도발에 나서 북미관계가 급랭하거나, 비핵화 진전의 특별한 모멘텀을 만들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한다면 의회가 이를 적극 추진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미동맹 결의안 주도한 톰 스워지 의원 [연합뉴스]
한미동맹 결의안 주도한 톰 스워지 의원 [연합뉴스]

하원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종전선언 서명운동에 뛰어들었던 한인 단체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최광철 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초기 진보계 하원 의원들의 서명 이후 동포사회의 노력으로 영향력있는 중도, 중진 의원들의 서명을 이끌었지만 폐기 운명이라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법안이나 결의안은 발의한 의원의 영향력이 미미하거나 발의만 해놓고 크게 노력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앞으로 외교 안보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초당적 영향력을 갖춘 의원들이 공동발의에 참여토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bryoo@yna.co.kr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여권 내 커지는 부동산 정책 쓴소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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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의 조정지역 지정 정책은 사실상 실패한 것”(정성호 의원) “은행 대출이 꽉 막힌 상황에서 공급만 늘리면 결국 현금 부자들만 좋은 일”(노웅래 최고위원) “부동산 문제를 잘못 건드려 악순환이 반복된다”(이재명 경기지사)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야권의 목소리가 아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요 관계자들한테 나온 발언이다. 정부의 ‘든든한 우군’인 민주당 내에서 최근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날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극심한 전세난과 집값 폭등으로 민심이 싸늘해지자 현역 의원들은 물론 잠재 대권 후보까지 가세해 더는 침묵하지 않고 공개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국토부의 조정지역 지정 정책은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라며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정 의원은 “정말 답답하다. 국민의 원성은 높아가고 대책은 없으니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국토부의 조정지역 지정 정책은 아파트 가격의 대세 상승, 우상향 상승의 추세를 막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상식적 수준의 판단력만 갖고 있으면 특정 지역을 조정지역으로 지정해 대출 등을 규제하는 것은 ‘풍선 효과’로 인접 비지정지역의 가격 급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게 너무나 명백하다”며 “이럴 바에 차라리 시장에 맡기는 게 나을 것”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현미 장관 시절 25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을 사실상 실패로 규정한 것이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노웅래 최고위원도 지난 14일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처럼 은행 대출이 꽉 막힌 상황에서 공급만 늘리면 결국 현금 부자들만 좋은 일”이라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노 최고위원은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며 “신혼부부 및 자녀가 있는 가구의 생애 첫 주택 구입시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기준을 완화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부부합산 소득 기준 연 1억5000만원 이하인 가구가 시가 9억원 이하 주택을 살 경우엔 3년 거주를 조건으로 LTV를 40%에서 60%로 완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고 대출을 과도하게 옥죄는 바람에 정작 투기와 거리가 먼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마저 송두리째 앗아갔다는 성난 민심이 리트머스 시험지가 돼 민주당 내 기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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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강력한 대권 경쟁후보로 거론되는 이재명 경기지사도 지난 10월 경기 의정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문제는 건들면 건들수록 문제가 커진다”고 정부 정책을 혹평했다. 이 지사는 “부동산 문제는 확실하게 건드려야 하는데, 잘못 건드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도 했다.

대표적인 실패 정책으로는 분양가 상한제를 꼽았다. 이 지사는 “분양을 받으면 입주하는 순간 수억원을 벌게 되는 등 시중 가격으로 오르며 분양 광풍이 일게 된다”면서 “ 분양가 상한제는 처음에는 좋은 의도였으나, 지금은 나쁜 제도”라고 말했다. 집값을 잡기 위한 규제가 시세 차익을 노리는 현금 부자와 투기꾼들에겐 적은 투자로 더 큰 이익을 얻을 기회가 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교체가 확정된 김현미 장관 재임 기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패닉바잉’(공포심에 따른 매입), ‘벼락거지’(매입 미루다 매매·전세 모두 구하지 못했다는 뜻) 등 다양한 신조어가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했다. 부동산 가격 폭등에 따른 주거 불안이 만들어낸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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